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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출사표 / 일기

by rockorsomething 2024. 10. 14.

"사유의 길"

 

혼자 살면서 그 무엇보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 때에 비해서 아쉬운 점이라 한다면, 말동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생각만 하며 입은 앙다문 채 있다 보니 속이 답답해져서, 계속 이러고 있다간 안 그래도 불안정한 정신 상태가 더 온전해지지 못할 것 같아 글이라도 써야겠다고, 어찌 보면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아마 나는 어찌저찌 살다가 애매하게 알려지고 애매하게 성공한 채로 죽을 것 같은데,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내 생명과 함께 사라진다면 아무래도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체력도 기억력도 스무 살 중반을 넘어가면서 나날이 안 좋아지고 있어, 그냥 정기적으로 생각을 백업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잘 부탁합니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일기 --------------------

 

주말에 일하고 월요일, 화요일에 쉬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사람도, 사람이 많은 것도 안 좋아하는 나에게 사람들이 가장 적은 시간대에 자유로운 휴일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밀도가 높디높은 서울에서 한적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최근 주 5일의 직장을 다니면서, 루틴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루틴에 쓰일 스케줄을 수집한다는 생각으로,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나하나 경험해 보고 있다. 오늘은 한국에 돌아온 뒤 처음으로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갔다. 원래는 책을 네 권씩이나 대출해 가면 들고 가기 너무 무거울 것 같아, 한 권은 읽고 갈 요량으로 열람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지만, 옆자리에 계속 헛기침을 하는 아저씨(약 5초에 한 번꼴로 나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뚫고 소리가 들어왔다) 때문에 그냥 네 권 다 대출해서 도서관을 나섰다.

 

요즘 아이폰으로 하루 활동량을 지정해 놓고 그 수치는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대로 집으로 가면 목표치인 270 칼로리를 맞추지 못할 것 같아 도서관 뒤에 있는 안산 자락길로 가는 산책로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책과 함께 산책", "사유의 길"이라는 팻말들과 어울리지 않는, 웬만한 산의 껄떡고개와 걸맞은 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계단을 오르며 사유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고행의 길이 더 맞는 이름이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돌아가기엔 자존심이 상해, 가죽구두를 신고 책 네 권을 든 채로 아주 짧은 등산을 했고, 자주 다니는 안산 자락길의 코스로 집에 돌아왔다.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에는 아예 운동화와 배낭을 메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안산 자락길을 걷고 오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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