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 또래의 많은 사람들(책보다 인터넷을 먼저 접한 세대)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글 쓰기보다는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고, 어느 순간부터 그다지 많이 그리지도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정규 교육을 밟지 않고 여기저기 학교를 옮겨 다니다 보니 농담 삼아 말하는 게 아닌 "0개 국어"가 되었고, 그러면서 더더욱 글을 쓰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영어든 한국어든 나의 얕은 어휘 능력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군대 전역 후 늦게 간 대학에서 이제는 과제로서 피할 수 없이 글을 쓰게 됐고, 우리 학교는 디자인과치고는 흔치 않게 작문 과제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잦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꽤나 불만족스러웠다. 남들은 패턴 자르고 가구 뚝딱뚝딱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도서관에서 글이나 쓰고 있으니까. 명색이 "디자이너"인데 말이야.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가는 여름방학 중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쓰모]라는 글쓰기 모임을 결성하고, 한 주에 한 번씩 주제를 가지고 쓴 글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다. 각자 다른 나라에 있었기 때문에 줌을 이용해 모임을 갖고 반복해서 글을 쓰다 보니 배운 것들이 있었다.
하나는 글쓰기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나아진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읽는다는 생각을 하고 써야 좋아진다는 것.
마지막으로, 내 자신에게 솔직해질수록 좋은 글이 써진다는 것.
마지막으로 배운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어렸을 때 배운 것처럼 책을 많이 읽으면서 글쓰기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 그저 대학교 3학년 때 과제, 인턴, 알바 등을 통해 내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정말 잦았고,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솔직해지면서 글쓴다는 행위가 많이 편해졌다. 글쓰기를 간단히 보자면 결국 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인데, 내 자신에게 솔직할수록 더욱 깨끗이 정제된 생각이 들면서 글로 옮기기가 수월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책도 많이 안 읽었고, 정규 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이라 내 자신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글쓰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고 어찌 보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 이브, 5 ~ 맺음말 (2) | 2024.12.24 |
---|---|
크리스마스 이브, 1 ~ 4 (0) | 2024.12.24 |
출사표 / 일기 (1) | 2024.10.14 |